2013년 1월 2일 수요일

유대칠의 라틴어 강좌 2 라틴어 개괄


유대칠의 라틴어 강좌

§ 3 라틴어 개괄
 
라틴어(lingua latina)는 기본적으로 이탈리아어족의 한 갈래다. 또 이탈리아어족은 인도유럽어족의 한 갈래다. 결과적으로 라틴어는 기본적으로 인도유럽어족의 한 갈래다. 인도유럽어족은 북인도, 근동, 유럽 전 지역의 어군(語群)을 가리키며, 18-19세기의 비교 언어학에 의하여 이들 지역의 언어가 단일한 고대어, 즉 조상언어에서 파생했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등장하였다. 이 언어에 대한 연구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어서 현재는 산스크리트어, 그리스어, 히타이트어, 켈트어, 고대 게르만어, 라틴어 등을 비교하여 고대 인도유럽어족의 사전을 구성하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발전하였다.
 
라틴어는 역사적으로 기원전 9-8세기 북쪽에서 이탈리아 반도로 남하(南下)하여, 라티움(Latium)에 정착한 이들의 방언이다. 이 방언을 사용한 이들은 기원전 8세기 이탈리아 반도의 중부 지방에 로마(Roma)를 창건한다. 이 로마가 이탈리아 반도를 넘어 지중해의 대제국이 되면서 라틴어는 제국의 언어가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언어학적으로 라틴어는 많은 고대 이탈리아 반도의 언어들에게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라틴어는 이탈리아 북부의 켈트어 계통 방언과 또 다른 이탈리아어군의 언어인 에트루리아어(Etruscan language), 또 이탈리아 남부의 그리스어 계통의 영향을 받았다. 차후 이 당시 고대 이탈리아 반도의 언어들에 대한 소개에서 참고하기 바란다.
 
라틴어의 문자는 고대 그리스어 문자와 페니키아의 문자의 영향을 받은 에트루리아어의 문자에게 파생되었다. 이 과정 역시 그리 간단하지 않다. 더욱 더 자세하고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여타 다른 인도유럽어족과 구분되는 고전 라틴어의 특징을 간단하게 말해 보겠다.
 
라틴어의 몇 가지 특징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우선 라틴어는 크게 8 가지 품사(品詞)를 가진다. 그 가운데 4 가지 종류는 어미 등이 변화하는 변화사인 명사, 형용사, 대명사, 동사이며, 남은 4 가지 종류는 변화하지 않는 불변화사인인 부사, 전치사, 접속사, 감탄사다.
 
또 라틴어는 같은 인도유럽어족이지만 영어나 독일어 등과 다르며, 우리말과 같이 관사(冠詞)가 없다. 정관사도 부정관사도 없다. 영어는 an applethe apple가 구분되지만 라틴어는 이러한 구분이 없다. 또 현대 영어의 어순(語順, word order)은 기본적으로 주어 + 술어 + 동사이지만, 고대 라틴어는 주어 + 목적어 + 술어가 많았다. 그러나 이렇게 확답할 순 없다. 라틴어로 된 많은 문학 작품에선 다양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라틴어는 어순이 자유롭기에 어떤 고정된 구문의 형태를 가지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학습하기 편하다.
 
어순은 분명 자유롭다. 그 근거는 굴절 때문이다. 그래서 라틴어는 굴절을 강하게 한다. 강한 굴절로 인하여 어순이 굳이 정해지지 않아도 단어 어미가 가지는 문법적 기능과 성격은 정해진다. 그런 이유에서 어순은 자유롭다. 하지만 형용사와 분사와 같은 것은 일반적으로 명사의 뒤에 온다. 그리고 아름다움 혹은 크기() 혹은 성질 등을 나타내는 수식어는 명사에 선행한다. 관계사절은 기본적으로 영어와 같이 선행사에 뒤에 온다. 그러나 이러한 것이 고정되어 어순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법칙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라틴어 명사는 (numerus)와 격(casus)의 변화를 가진다. 우선 라틴어 명사는 격의 다양한 변화, 즉 격을 결정하는 다양한 어미변화를 가진다. 이러한 변화를 격변화(declinatio)라고 한다. 라틴어 수는 단수(singularis)복수(pluralis)가 있다. 그러나 고전 그리스어나 산스크리트어와 같이 양수(혹은 쌍수)를 가지진 않는다. 원형 인도유럽어족, 즉 고() 인도유럽어도 8격이다. 하지만 라틴어는 6격이다. 6격은 주격(nominativus), 호격(vocativus), 목적격(accusativus), 소유격(genitivus), 여격(dativus), 탈격(ablativus)이다. () 인도-유럽어에 존재하는 처격(locativus)은 몇 단어에만 남아있다. 예를 들어, Roma에서 Romaedomus에서 domī가 그러한 것이다. 이와 같이 단지 몇 단어에 남아있는 것까지 포함한다면, 7격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문법책에선 처격을 포함하지 않는다. 또 사라진 구격(instrumental case)은 부사 형태의 어미 로 남아있다. 이 두 격이 거의 문법적으로 큰 힘을 가지지 못하게 됨으로 8격은 6격이 되고 일반적인 라틴어 문법책에선 다루어지지 않는다. 라틴어 형용사는 명사를 수식할 때 명사에 수와 격을 일치시킨다. 이는 현대 독일어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라틴어 명사는 격과 수와 함께 성을 가진다. 이도 독일어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코이네(Koine) 그리스어는 가지지 않지만, 고전 그리스어는 단수복수이외에 양수’(혹은 쌍수)를 가진다.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 역시 쌍수를 가진다. 그러나 고전 라틴어는 쌍수를 가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스어와 달리 관사가 없으며, 또한 굴절어(屈折語)라는 특징이 잘 반영되어 어순(語順)이 자유롭다. 라틴어 명사와 형용사의 성은 남성(masculinum )과 여성(femininum ) 그리고 중성(neutrum)이 있다.
 
라틴어는 크게 고대 라틴어(Latina antiqua)와 고전 라틴어(Latina classica) 그리고 민중 라틴어(Latina Vulgata)로 구분할 수 있다. 고대 라틴어는 고전 라틴어 이전에 존재하던 라틴어다. 기원전 3세기 이전의 라틴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고전 라틴어는 로마의 문학가들에 의하여 시작된 라틴어로 키케로(Cicero) 등에 의하여 확립되고 서로마 제국이 몰락하는 5세기까지 사용된 라틴어다.
 
고대 라틴어와 고전 라틴어는 일정의 차이를 가진다. 예를 들어, 고대 라틴어는 고전 라틴어와 다른 격변화의 어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격어미인 -os-om이 고전 라틴어에선 -us-um이 된다. 그 뿐 아니라, 고전 라틴어는 격변화에서 고대 라틴어의 sr로 전환된다. 예를 들어, 고대 라틴어에선 honos, honoris인데 고전 라틴어에선 honor, honoris가 된다. 물론 예외 역시 존재한다. 이러한 변화 이외에도 철자의 구성에서도 oi>oe, ei>ē>ī 와 같이 단모음화가 진행된다.
 
고전 라틴어는 고전 라틴 문학에서 보이는 라틴어다. 고전 라틴어는 라틴 문학사적으로 황금기(Latinitas aurea)와 백은기로 구분된다. 황금기는 기원전 약 70년에서 기원후 약 18년까지이며, 뒤이은 백은기는 기원후 약 18년에서 약 133년까지다. 황금기는 공화정이 몰락하고 아우구스투스가 집권한 시기와 어느 정도 일치한다. 많은 고전학자들은 바로 이 시기를 라틴 문학의 황금기로 여기고 있다. 반면 백은기는 이보다 못한 문학의 시기로 여겨졌다. 어찌 보면 다소 불합리한 관점과 기준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백은기 동안 아주 다양한 문학 형식이 생겨났음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권력과 자본을 가진 자에 대한 신랄한 풍자로 유명한 유베날리스(Juvenalis)와 스토아 철학을 바탕으로 문학 작업을 한 페르시우스(Persius) 등도 있다. 그렇기에 이를 백은기라고 하는 것은 다수 부당해 보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렇게 구분하고 있다.
 
고전 라틴어와 함께 중요한 것이 민중 라틴어. 민중 라틴어는 기원후 1세기 경 지중해 연악의 사람들이 사용한 대중 언어로 4세기 경 제국의 언어로 자리 잡게 된다. 그리고 민중 라틴어는 당시 여러 민족들의 방언과 혼합되면서 다양한 라틴어계통의언어들, 즉 로망어를 낳는다. 민중 라틴어는 학술어, 외교 언어 그리고 가톨릭교회 언어로 존속된다. 하지만 르네상스에 이르러 민중 라틴어가 아닌 고전 라틴어를 복원하기 위하여 노력하기 시작하면서, 민중 라틴어는 가톨릭교회의 언어로 축소된다.
 
교회 라틴어와 스콜라 학자들의 라틴어(Latina Scholastica)가 된 민중 라틴어는 발음에서 카이사르(Gaius Iulius Caesar)와 세네카(Seneca) 그리고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가 사용한 고전 라틴어와 달랐다. 흔히 고전학을 연구하며 익히게 되는 라틴어는 고전 라틴어. 우리나라는 많은 경우 신학교에서 신학생을 위해 만든 교재들이 상당하다 보니 교회 라틴어, 즉 민중 라틴어의 발음이 교재에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는 고전학과에서의 라틴어는 고전 라틴어이며, 따로 교회 라틴어로 표기되지 않는다면 고전 라틴어가 가르쳐진다. 발음에서 자세히 하겠지만, 발음에서 regina coeli에서 고전 라틴어는 g가 거칠고 ck와 같이 발음된다. 그러나 민중 라틴어 혹은 교회 라틴어에선 g가 부드럽게 발음되고, cch와 같이 발음된다. 우리가 흔히 성당에서 혹은 종교 음악 감상에서 듣게 되는 그레고리안 성가의 발음은 교회 라틴어에 근거하며, 이것은 민중 라틴어에서 기원한다고 할 수 있다.
 
라틴어는 비록 사어(死語)이지만, 서구를 대표하는 언어다. 동아시아가 한문으로 대표되며, 이황, 이이, 정약용, 이익, 최한기 등의 철학자들이 국경을 넘어 모두 한문을 기반으로 사유하였다면, 유럽은 라틴어를 기반으로 사유하였다. 아우구스티누스에서 가까이는 칸트와 라이프니츠, 그리고 스피노자 등의 철학자까지 많은 저작은 라틴어로 남기고 그 가운데 사유했다. 그러니 라틴어는 사어라고 하더라도, 그 영향력과 그 존재의 무게감은 여전히 활어(活語)라고 할 수 있다.



유대칠의 라틴어 강좌 1 라틴어를 왜 공부하는가?


유대칠의 라틴어 강좌

§ 1 라틴어를 왜 공부하는가?
라틴어를 공부하는 이들이 대부분 고전(古典)를 읽기 위해서다. 라틴어로 쓰인 수많은 고전을 읽고 연구하기 위해 고전어를 익힌다. 특히 서양의 고대와 중세의 사상과 역사 등을 연구하는 이라면 라틴어와 고전 그리스어는 필수다. 어떻게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그리스어 : Ἀριστοτέλης), 플라톤(Platon, 그리스어 : Πλάτων), 헤로도토스(Herodotos, 그리스어 : Ἡρόδοτος ὁ Ἁλικαρνασσεύς) 등을 모르고 고대 그리스를 논할 것이며, 고대 그리스를 논하지 않고 어떻게 고대 지중해 연안의 역사와 사상을 논하겠는가? 라틴어로 다르지 않다. 로마 제국 이후 근대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사상과 역사를 라틴어로 기록되었다. 성서는 라틴어로 쓰인 성서가 읽히고 연구되었고,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로 라틴어로 번역된 것이 읽히고 연구되었다.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와 둔스 스코투스(Duns Scotus) 등이 읽고 연구한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어로 쓰인 것이 아니라, 라틴어로 번역된 것이었다. 또 그 당시 철학, 역사, 신학 등의 모든 지식도 라틴어로 기록되었다. 루터(Martin Luther)의 작품도 스피노자(Spinoza)와 데카르트(Descartes)의 작품도 심지어 칸트(Immanuel Kant)의 작품도 라틴어로 기록되어 있다. 라틴어는 이와 같이 서구의 오랜 사상을 표현하는 언어 수단이었다.
 
한문(漢文)을 모르고 동아시아의 사상을 이해할 수 없고, 산스크리트어(Sanskrit)와 팔리어(Pali)를 모르고 어떻게 불가(佛家) 사상의 심오함을 이해하겠는가? 초기 그리스도교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 그리스어, 라틴어, 시리아어, 곱트어, 히브리어 등은 필수적이다. 싯다르타 고타마(산스크리트어: सिद्धार्थ गौतम, Siddhārtha Gautama, 팔리어: Siddhattha Gotama, 한자: 悉達多 喬達摩)의 사상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는 필수적이다. 없으면 안 된다. 그것을 통하여 그와 대화할 수 있다. 그 언어를 익히지 못하면 대화 자체가 되지 않는다. 이황(李滉)과 이이(李珥)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 한문을 모르면 안 된다. 초기 그리스도교 문화는 라틴 교부문헌(Patrologia latina)과 그리스 교부문헌(Patrologia Graeca) 그리고 동방의 교부문헌(Patrologia Orientalis)에 담겨있다. 이들 문헌은 라틴어, 그리스어, 시리아어 등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들 언어를 익힘으로 초기 그리스도교의 사상을 복원해 볼 수 있다.
 
라틴어를 익히는 이는 서구 라틴어 문헌을 읽고 연구하고자 한다. 이들은 이들을 연구함으로 이들 사상을 복원하고자 하며, 동시에 이들 문헌의 참 의미를 파악하고자 한다. 라틴어는 모른다면, 한문을 모르고 이황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겠다는 것이고,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 그리고 이들의 번역어인 한문을 모르고 불가의 사상을 다루겠다는 것이 된다. 이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말도 통하지 않은 이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그 가운데 그의 진의를 파악하겠다는 것인가? 우선 그와 대화를 하기 위해 그의 언어를 이해하고, 더 깊이는 그의 언어 습관과 형태 그리고 감정을 익혀야 한다. 그러한 노력 가운데 우린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된다.
 
라틴어는 공부하는 이들은 고전학, 유럽의 고대와 중세 고전 철학을 하거나 혹은 근대 철학을 연구하는 이거나 혹은 역사와 신학을 연구하는 이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이들은 모두 예외 없이 라틴어 문헌을 다룬다. 라틴어 문헌을 다루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고전 문헌학의 길에 서 있다. 물론 그것을 주된 것으로 삼았는가 아니면 철학사를 연구하는 가운데 필요한 경우와 같이 보조적인가의 문제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고전 문헌학의 방법론은 필수적이다. 그러면 아주 간략하게 고전문헌학을 이해하고 라틴어를 익히는 것도 좋을 듯 하다.
 
§ 2 고전문헌학(영어 : classical philology, 독일어 : die klassische Philologie)이란 무엇인가?
 
고전문헌학은 고전 문헌과 그 고전과 관련된 언어의 연구를 포함하는 학문이다. 서양의 기준에서 본다면, 그리스어와 라틴어 그리고 산스크리트어와 그로 쓰인 문헌에 대한 연구가 고전문헌학에 속한다. 고전문헌학은 역사적으로 유럽의 르네상스 인문주의에서 발원했다. 패망한 비잔틴의 학자들이 서유럽으로 유입되면서 당시 서유럽의 성서와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플라톤 등의 문헌에 대한 새로운 연구의 분위기가 일어났다. 그리스어와 히브리어 등에 익숙한 이들 비잔틴 출신의 학자들에 의하여 일어난 이러한 학풍은 고전에 대한 새로운 연구로 이어지고, 결국 고전에 대한 새로운 시야와 그 방법론을 낳았다. 실재로 르네상스에 이르러 플라톤과 플로티노스(Plotinos, 그리스어 : Πλωτνος)에 대한 라틴어 번역이 소개되고, 이들 저작들이 유럽에 본격적으로 새롭게 연구되었고, 아리스토텔레스 문헌에 대한 새로운 번역과 연구가 시도되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에라스무스(Desiderius Erasmus)와 같은 이들도 이러한 맥락에서 성서 연구와 고대 철학에 대한 문헌학적 성과를 내어놓았다. 예를 들어 1516년 그리스어판 신약성서를 출판했다. 이미 고전 그리스어와 라틴어에 상당한 연구 성과를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고대 성경시대 그리스어의 고유한 발음법에 대한 연구물을 낼 만큼 고전에 대한 연구에 깊이가 있었다. 그는 그리스어판과 자신의 라틴어 번역을 나란히 한 쪽이 제시함으로 독자들의 연구와 이해를 돕고 있으며, 이를 위해 10여 개의 성서 번역을 참고한다. 이와 같은 에라스무스의 모습은 르네상스 인문주의의 모습이기도 하다. 에라스무스가 라틴어와 그리스어 고전을 보고 연구한 것과 같이 지금의 학자들도 고전을 다루고 있으며, 이는 고전문헌학의 고유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라틴어, 그리스어, 산스크리트어 혹은 팔리어 이외 어떤 고전어로 된 문헌도 기본적으론 고전문헌학의 방법론으로 연구된다. 그런 의미에서 고전을 다루며 그 가운데 연구하고 결실을 이루는 철학사와 신학 그리고 문학과 역사학 등에 뜻는 둔 학도들은 기본적으로 고전문헌학적 연구 태도를 가져야만 한다.
 
그러면 고전문헌학을 연구하기 위하여 관련되는 몇 가지 학문 분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필사본학(Codicology) : 필사본학은 영어로 codicology. 이 단어는 책 혹은 공책을 의미하는 라틴어 codex의 소유격인 codicis와 그리스어 logos에서 파생된 -logia(-λογία)가 결합하여 이루어졌다. 필사본학은 물리적 조건으로 주어진 책을 연구한다. 특히 서구 중세까지 큰 영향력을 행사한 양피지(parchment)에 쓰인 수사본(manuscripts)을 다룬다. 그러한 까닭에 종종 이 학문을 책에 대한 고고학이라 부르기도 한다. 책을 만드는 기술과 그들을 제본하는 방법을 비롯하여 양피지(membrane, parchment, vellum)와 종이와 같은 물리적 조건들을 다룬다.
 
고서체학(Palaeography) : 고서체학은 기본적으로 필사(handwriting)와 오랜 서체에 대한 학문이다. 고서체학은 근본적으로 역사학자와 고전문헌학자가 익혀야 하는 학문의 분야다. 고서체학이 연구하는 개별 철자의 형태, 합자(ligature), (punctuation), 약(abbreviation) 등에 대한 지식은 역사학자와 고전문헌학자가 고전을 읽을 수 있게 한다. 물론 고서체학자는 고전어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시대에 따른 필사의 다양한 유형을 익혀야만 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주어진 시대와 장소에 사용된 언어와 어휘 그리고 문법에 대한 고전문헌학적 지식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지식을 통하여 고서체학자는 주어진 문헌, 즉 수사본이 어떤 시기에 어느 지방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알아야 낼 수 있게 된다.
 
우리말 자료 : 줄리오 바텔리, 서양 고서체학 개론김정하 옮김 (서울 : 아카넷, 2010)
 
고문서학 (Diplomatics) : 고문서학은 고문서에 대한 학문이다. 이때 고문서는 고대의 문헌과 문학, 공공문서, 서신, 법령(decrees), 헌장(charter)... 등 그 진본임(authenticity)과 그 연대 등이 판독되어야 하는 대상들이 모두 포함된다. 한마디로 고문서학은 여러 가지 형식과 내용으로 된 고문서를 분류하고, 의미와 진본임과 그 기원과 전래(傳來)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 하는 학문이다.
 
우리말 자료 : 체사레 파올리, 서양 고문서학 개론김정하 옮김 (서울 : 아카넷, 2004)

2012년 12월 25일 화요일

고전 그리스어 입문 1 - 간략 소개


고전 그리스어
 
고전 그리스어(Classical Greek)은 오랜 과거 그리스어다. 비록 다른 언어의 역사에 비하여 시간의 경과에 따른 변화가 적다고 하지만, 고전 그리스어는 분명히 현대 그리스어와는 다르다. 그리고 고전 그리스어는 실생활에 사용되는 현대 영어, 현대 독일어나 현대 불어와 같은 활어(活語)와는 분명히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고전 그리스어는 사어(死語). 그러나 무의미하거나 어떤 힘도 가지지 않은 그러한 사어는 아니다. 여전히 플라톤(Platon)과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와 같은 인류의 지혜가 담긴 고전의 언어로 기능하고 있다. 또 고전 그리스어는 서양의 고전어인 라틴어와 그 이외 많은 서양의 언어에 어휘적으로 큰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그리스어 στορία(연구, 이야기)에서 현대 영어의 history와 현대 독일어인 historie가 나왔으며, 라틴어 historia도 다르지 않다. 그 이외에 수사학’(修辭學)을 의미하는 고전 그리스어 ητορική에서 영어 rhetoric이 나왔으며, 그 이외 이러한 경우는 매우 허다하다.
이와 같이 언어적으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고전 그리스어를 학습하는 이유는 고전어로 기록된 고전을 읽고 연구하기 위해서다. 한문(漢文)을 익힘으로 공자와 이황 등의 동아시아 사유를 연구할 수 있으며, 라틴어를 익힘으로 로마와 중세 유럽의 사유를 익힐 수 있다. 또 고전 그리스어를 익힘으로 그리스의 고전과 그 이외 성서학 등에 이르는 넓은 분야에 연구가 가능하다.
 
그리스어 간략 소개
 
그리스어는 BC 14세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34세기 동안 사용된 인도유럽어다. 고대 그리스어는 다시 미케네 그리스어(BC 14~12세기)와 고대 고전 그리스어(BC 8~4세기)로 나눌 수 있다. 미케네 그리스어는 선형 B 문자(Minoan linear script B)라고 부르는 음절문자를 쓴 것이 특징이며, 고전 그리스어는 알파벳(자모문자)을 사용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그리스어 가운데 선형 B 문자는 기원전 1400년경의 것으로 여겨진다. 이를 발견한 영국의 고고학자 아더 에반스(Sir Arthur Evans)1900년부터 크레타의 크로소스 유적을 발굴하고 있었다. 출토된 점토판 가운데 문자가 새겨진 것이 있었으며, 그 문자의 체계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그것이 선형 A 문자와 선형 B 문자이다. 이 두 문자는 모두 기존의 그리스어의 문자와는 사뭇 다른 현대였으며, 당시 크레타 사람들의 말인 미노스어의 문자일 것으로 추종하였으나, 결국 이를 해독하지 못하고 에반스는 1941년에 사망한다. 그 후 11년이 지난 1952년 선형 B 문자는 건축가 마이클 벤추리스(Michael Ventris)가 해독된다. 해독의 결과 선형 B 문자는 그리스어였다.
 
선형 B 문자 이외 또 다른 고대 고전 그리스어의 문자인 그리스 알파벳는 문자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가진다. 그리스 알파벳에 있어서 놀라운 진보는 모음을 나타내는 다섯 글자이다. 그리스 알파벳은 라틴어 문자와 현대 영어, 독일어, 불어, 네덜란드어 등의 바탕이 된다. 이 다음 단계는 코이네 방언의 단계다. 이 방언은 헬레니즘 그리스어(BC 4세기~AD 4세기)와 비잔틴 단계(AD 5~15세기)로 이어진다. 헬레니즘 그리스어는 파피루스 등에 기록물이 남아있으며, 비잔틴 그리스어는 필사본으로 접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어, 고전 그리스어, 코이네 그리스어로 이어진 그리스어는 15세기에 이르러 근대 그리스어로 자리 잡는다.
 
고전 그리스어는 몇 가지 방언을 가진다. 이오니아와 아티카 지방에서 쓰던 그리스어가 우세 하였으나, 그 이외에도 다양한 방언들이 있었다. 서부 방언, 아이올리스 방언(Aeolic), 이오니아 아티카 방언, 아르카디아키프로스 방언 등이 있었다. BC 8세기 도리아인들의 그리스 침공 이후 여러 방언 사이에 섞이며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이미 각각의 방언들은 각각의 작가들에 의하여 나름 활용되고 있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아이올리스 방언과 이오니아 방(Ionic)의 특징을 가진다. 합창곡의 가사는 도리아 방언(Doric)으로 되어 있다. 헤로도토스와 히포크라테스는 이오니아 방언으로 사용했다. 투키디데스와 플라톤은 아티카 방언(Attic)으로 글을 썼다.
 
이오니아 지방은 과거로부터 문화가 발달한 지역이며, 아티카 지방은 아테네를 중심으로 철학이 발달한 지역이며, 동시에 문화, 경제, 정치의 중심지이다. 기원전 5세기부터 아티카 방언은 표준어가 되어간다. 이 방언은 플라톤의 글에서 볼 수 있다. 아티카 지방인 아테네의 사람들이 각지로 흩어지면서 아티카 출신 사람이 아닌 이들이 사용하는 아티카 방언이 등장하게 된다. , 아티카 방언의 순수성이 상실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들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도 아테네 출신이 아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아티카 방언은 이오니아 방언과 그 이외 다른 방언과 혼합된 새로운 방언이 등장하게 된다. 그것이 신약 성서에 사용되는 코이네(Koine, 공통어) 방언이다.
 
BC 4세기에 정치적 격변이 일어나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제국을 건설하면서 그리스어의 구어체가 상당한 통일성을 갖게 되었는데, 이 구어를 코이네 또는 헬레니즘 그리스어라 부른다. 코이네 방언은 민중 그리스어란 말이다. 이 방언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마케도니아 제국 표준어가 되어 제국의 각지로 펴져간다. 또 이 코이네 방언은 지금의 현대 그리스어로 이어진다. 그리스어는 기원전 2 세기 이후 정치적으로는 로마의 세력 아래에 들어간다. 하지만 여전히 문화적인 면에서 그리스는 로마를 능가했다. 그렇기에 라틴어가 아닌 코이네 그리스어가 국제어가 되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신약 성서가 그것으로 쓰이고, 초기 그리스도교 문헌도 쓰인다. 코이네 방언은 기본적으로 아티카 방언에서 발달 한 것이다. 그리고 아티카 방언의 산문은 이오니아 방언의 영향을 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아티카 방언을 익히면, 쉽게 코이네 방언도 익힐 수 있으며, 이오니아 방언도 쉽게 익힐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고전 그리스어 문법서는 아티카 방언을 중심으로 한다. 그러나 한국에선 그리스어로 된 고전 보다는 신약 성서를 익히는 신구교의 신학생을 위한 교재로 그리스어 문법서가 나왔기에 대부분이 코이네 방언에 기초하고 있다. 코이네는 플라톤이나 데모스테네스의 아티카 방언과 달랐다. 당시 아티카 방언을 강조하던 아티카학파는 이를 '순수하지 않은'언어로 간주했다. 그리고 그들의 모든 저술은 아티카 방언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코이네가 발전되는 동안에도 비잔틴 그리스어라고 부르는 문어체(文語體)에선 여전히 아티카 방언의 전통이 뿌리 내리고 있었다.
 
그리스어 문법은 단순화가 이루어졌지만 오랜 세월을 감안하면, 여전히 상당 부분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어는 문법적으로 단수, 양수, 복수 등 세 가지 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코이네에 이르러 단수와 복수만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참고로 현대 영어와 독일어 그리고 불어 등도 단수와 복수만을 가진다. 그러나 고전어인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 등의 인도유럽어족은 단수, 양수, 복수를 가진다. 하지만 남성, 여성, 중성이란 고전 그리스어의 구분은 여전하다. 또 많은 인도유럽어족에서 발견되는 특징인 형용사를 명사의 성, , 격과 일치하는 것도 동일하다. 미케네 그리스어는 주격(主格), 목적격(目的格), 소유격(所有格), 여격(與格), 처소격(處所格), 도구격(悼懼格), 호격(呼格), 탈격(奪格)의 어형을 가졌지만, 이후 처소격과 도구격은 사라진다. 그러나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와 같은 고전어엔 유지되며, 라틴어에서도 처소격과 도구격은 보이지 않는다.

<유대칠(토마스철학학교) 적음>

2012년 12월 21일 금요일

ego sum ovum urinum(나는 무정란이다)를 시작하기 전에

ego sum ovum urinum(나는 무정란이다)를 시작하기 전에

닭은 참으로 불쌍한 존재다. 끝없이 알을 놓으며 죽어간다. 모이를 먹고 하는 일은 알을 낳는 것이다. 그리고 그 능력이 다하면 죽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죽인다. 고등학교때다. 시골닭을 보며 매일 자신의 새끼를 인간에게 빼앗기고 그 댓가로 하루의 삶을 이어가는 불쌍한 존재라며 시를 적은 일이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닭은 참 불쌍하다. 그 닭의 알 가운데 ...음양의 조화 가운데 생명의 기운을 정상적으로 받은 유정란이 있다면, 무정란이 있다. 무정란은 품어도 알이 되지 않는다. 그냥 알로 있다가 요리가 된다.

어느 순간 나의 꼴이 무정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인가 새로운 또 다른 것을 만들지 못하고 혼자 존재하는 서글픈 삶... 참 열심히 살아도 마땅히 응원하는 사람도 없기에 혼자 가는 길이 서글프기 시작했다. 눈 감고 달리는 삶이었다. 응원하는 이도 없는데 눈을 뜨고 주변을 보면 낙담을 할 것 같고, 앞에 저 멀리 달리는 사람을 보면 실망해서 좌절할 것 같고 그래서... 눈을 감고 달렸다.

혼자 열심히 사는데... 주변에선 무엇이든 좀 열심히 하고 살라는 이야기를 듣는 삶... 혼자 열심히 있지만 새로움이 되지 못하는 삶... 이상하게 무시 받지만 그래도 우리의 밥상에서 우리를 기쁘게 하는 진정한 등신불의 삶을 사는 무정란... 나는 무정란이 되어 이제 내안에 부는 바람대로 흘러가기로 한다.

2009년 교통 사고가 나서 걷지 못하고 있을 때 여전히 목발을 쓰며 한 쪽 얼굴이 부어있을 때 노무현 대통령님의 슬픈 소식을 들었다. 아... 미칠 듯 했다. 불편한 몸으로 참배를 하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누워있는데... 참 미안하고 죄송했다. 나는 그와 생각이 많이 달랐다. 그의 이런 저런 생각엔 동의하지 못했다. 그러나 하나는 분명히 믿고 있다. 누구는 소고기 먹고 누구는 라면을 먹을 때 소고기를 돼지고기로 줄이고 라면 먹는 사람에게 밥을 주자... 물론 비정규직이며 이런 저런 문제가 있지만 적어도 그 점에서 나는 그를 지지했다. 그런 그가 사라졌다. 그때 갑자기 '열반경'의 구절이 떠올랐다.

어느 날 싯다르타는 자신의 죽음을 감지한다. 그리고 그의 제자 아난다에게 이를 돌려 말한다. 아난다는 이 말에 슬피 울며 "이제 스승이 떠나는구나. 이제 스승이 떠나는구나. 아직 배울 것이 많은데. 스승이 떠나시면 나는 어이하나. 이제 스승이 떠나는구나..."라며 운다. 그의 울음이 이해가 되었다. 나는 작고 아직도 함께 생각해야할 일이 많은데 나의 스승이 이제 떠나는구나... 아 슬프다... 이제 어찌할까... 나는 아난다가 되어 울었다. 싯다르타는 아난다에게 말한다. "아난다여. 어찌 나의 오랜 가르침을 아직도 맘에 두지 못했는가... 세상의 모든 것이 변화한다. 생기고 사라진다. 나 역시 그렇다. 그런데 어찌 나를 잡아 두려 하는가... 아난다여 나도 사라진다. 이제 나의 떠난 자리에 나의 말이 스승이 될 것이다." 노무현이 나에게 남긴 것은 그의 말이었다. 있는 자만이 큰 소리 치지 않고 없는 자도 웃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그의 말이 나의 맘에 스승이 되어 남았다.

그리고 2009년 이후 오랜 시간... 아니 지금까지 시간이 되면 산사를 찾는다... 직지사, 운문사, 불국사, 해인사, 동화사... 이런 곳을 다니며 흐르는 물소리에 맘을 흘리고 사천왕에게 나를 힘들게 한 잡념을 맡기고 그렇게 찾아 다녔다. 그리고 많은 것을 배웠다.

이제 그 곳을 다니며 고민한 나의 고민은 이곳에 하나씩 적어가려 한다. 나는 대단한 학자가 아니다. 작은 사람이다. 무정란이다. 새로운 무엇을 만들지 못하며 그저 그대들의 배고픔에 내 머리 속의 지식을 태워 버리는 등신불이다.

나의 글을 읽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서 남의 눈보다는 나의 맘이 따라 흐르는 곳으로 흘러가며 적어가겠다. 앞으로 큰 기대 없이 혹시나 시간이 남아 나와 같은 작디 작은 이의 머리에 든 것도 궁금하다면 읽어 주기 바란다.

참고로 나는 작은 지혜이고 나의 영혼은 등신불이며, 나의 처지는 무정란이다. 그러니 큰 기대는 하지 마라. 이미 기대 자체를 하지 않을 듯 하지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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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9일 일요일

이사고게 혹은 에이사고게 (Εἰσαγωγή)


에이사고게 (Εσαγωγή) : 흔히 이사고게라고 하며, 이 책은 포르피리우스(porphyrius)가 작성한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범주론(Categoriae)에 대한 안내서. 암모니우스 삭카스(Ammonius Saccas) 등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이 책은 268년에서 270년 사이 시칠리아에 체류하는 동안 작성되었다. 이 책은 포르피리우스에 의하여 우선 그리스어로 작성되었으며, 이후 보에티우스(Boethius)가 이를 라틴어로 번역하였다. 포리피리우스 사후 1000년까지 서구 논리학의 교과서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으며, 수많은 철학자들이 이 작은 저작을 풀이하고 고민하여 자신의 존재론적 입장을 다져갔다. 이 책은 존재론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포르피리우스 나무’(Arbor porphyriana)로 알려진 보편자에게 개별자로 존재가 하강하는 가운데 류와 종의 계층적 분류가 다루어져있다. 특히 보편자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후 중세 철학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보에티우스의 라틴어 번역은 이후 중세 서유럽 대학의 논리학 표준 교과서였다. 아벨라르두스(Abelardus)와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그리고 둔스 스코투스(Duns Scotus)와 오캄(William Ockham) 등이 이 책에 대하여 주해하였다. 그 뿐 아니라. 중세 무슬림 철학자인 이븐 루쉬드(Ibn Rushd 혹은 Averroes) 등도 이 책을 주해하였다. 첫 번째 라틴어 번역은 4세기 마리우스 빅토리누스(Marius Victorinus)의 것이며, 보에티우스의 라틴어 번역은 첫 번역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7세기 시리아어로도 아타나시오스(Athanasios)에 의하여 번역되어 아직도 전해지고 있다. 그뿐 아니라, 아르메니아어 역본도 있다. 이븐 알 무카파(Ibn al-Muqaffaʿ(Arabic: ابن المقفع; Persian: ابن مقفعEbn-e Moqaffa))에 의하여 시리아어에서 아랍어로 번역되었으며 아랍어로 음역(音譯)된 이사구지(Isāghūjī)란 제목으로 이 책은 신학, 철학, 문법 등에 영향을 준다. 이 책은 다섯 가지 술어()’(praedicabilis , quinque voces)이 다루어진다. 이것은 이후 스콜라 논리학에서 술어가 주어에 서술되는 관계를 분류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토피카(Topica)에 등장하는 것으로 정의(horos), (genos), 종차(diaphora), 속성( "이디온 idion"), 우유성(sumbebekos)이다. 보에티우스는 이 그리스어 용어를 번역하며 정의 대신에 종(eidos)를 사용함으로 수정하고 있다. 중세 논리학 교과서로 이 책은 포르피리우스 나무 형태로 포르피리우스에 의한 실체의 논리학 분류가 나무의 모양으로 표현된다. 또 이 책은 보편자의 존재론적 지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적고 있으며, 이는 중세 철학자들의 고민거리가 된다. “류와 종에 대한 것이 어떤 실존하는 것인지 그저 전적으로 순수하게 지성 가운데 가정되는 것인지, 또한 물질적 실존인지, 비물질적 실존인지, 그리고 그것이 감각적인 것으로부터 분리되는 것인지 그리고 그 감각적인 것 가운데 구성되는 것인지. 이는 다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 되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것을 다루는 것은 매우 깊이 있는 논의이며, 더 높은 단계의 논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포르피리우스는 이 문제에 대하여 더 이상의 언급이 없다. 답은 없이 질문만을 남긴다. 그런데 바로 이 질문이 이 책의 가장 유명한 부분이다. 보편자가 영혼 가운데 개념인지 아니면 영혼 외부에 독립된 실재인지를 묻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이후 중세 철학의 보편 논쟁이 된다. (유지승 씀)